뇌는 당신에게 환각을 보여주고 있다.

뇌는 당신에게 환각을 보여주고 있다.

1년 정도 전에 제가 수술을 받게 돼서 마취제를 투여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무언가 세상과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차가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러다가 잠시 의식을 잃은 후에 다시 깨어났어요.
아직 정신이 좀 혼미하긴 했지만 어쨌든 분명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죠.
아주 깊은 잠에 빠져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시간 감각이 혼란이 생기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너무 많이 잔게 아닌가 당황한 적도 있으실 거고요.
그런데 그래도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시간이 연속적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마취는 완전히 달라요.
몇 시간을 마취에 빠져 있었든 그냥 그동안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마취는 현대적인 마법과 같습니다.
인간을 일시적으로 사물로 바꿔 버리죠.
이 마취가 주는 독특한 경험은 '도대체 의식이라는게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우리의 뇌에서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각각 활동하고 있고 그 활동이 어떤 방식으로인지 모여서 의식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이 지금은 아주 중요합니다.
의식이 없다면 의식에 나타나는 세계도 없고 나도 없고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기쁨을 느끼든 고통을 느끼든 다 의식적으로 느낍니다.
다른 동물은 어떨까요?
동물들도 의식이 있을까요?
또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의식을 갖게 될까요?
제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게 되는 건 아직 먼 일입니다.
왜냐하면 의식은 단순 지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식은 지능보다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훨씬 더 많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의식을 갖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거죠.

제가 드릴 이야기는 의식적 경험은 우리의 살아있는 몸을 통해서 일어나는 통제된 환각이라는 겁니다.
지난 몇 십 년간 의식을 연구하는 학문분야들에는 아주 많은 진보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생명이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은 너무 역부족이라고 생각됐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기초적인 물리학적 화학적 원리에 입각해서 생명을 설명해내고 있죠.
생명을 둘러싼 기초적 미스터리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마술적인 설명을 제시할 필요가 없죠.

의식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식을 뇌와 몸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의식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고요.

의식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세계에 대한 의식입니다.
온갖 시각, 냄새, 소리 같은 것들이 가득한 3D 영화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그런 주변 세계에 대한 의식 말이죠.
두 번째는 자아에 대한 의식입니다.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의식 말입니다.

먼저 세계에 대한 의식부터 살펴보죠.
가장 기초적인 아이디어는 뇌는 예측 장치라는 겁니다.
뇌는 두개골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어둠에 휩싸여 있습니다.
주변색에 대한 어떤 정보도 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뇌에는 오직 주변 세계와 관련된 간접적인 전기 신호만 전달되죠.
그래서 지각이란 기본적으로 그 주어진 간접적 감각 정보를 이전에 갖고 있던 예측과 결합해서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추측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뇌는 결코 직접적으로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지 않습니다.
소리와 냄새에 대한 최선의 추측을 만들어낼 뿐이죠.

한 번 이 그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색깔
여기서 A와 B는 색깔이 달라 보이죠.
그런데 사실은 똑같습니다.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면 뇌가 이전에 예측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전의색깔
지금까지 시각 피질 회로의 잘 형성되어 있던 예측을 그대로 활용해서 그림자 때문에 표면이 어두워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B가 실제보다 밝다고 지각하는 거죠.
우리는 똑같은 시각자료를 보거나 똑같은 소리를 들어도 이전에 경험이 어떤지에 따라서 그걸 다르게 지각합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로 들리던게 힌트를 몇 단어 듣고 나면 문장으로 들리기도 하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면 이전에 형성되어 있는 예측 방식에 따라서 무엇이 바깥 세계에 대한 최선의 추측인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은 인간의 지각에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신호만큼이나 뇌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예측 활동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는 단지 수동적으로 세계를 지각하기만 하는게 아닙니다.
능동적으로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식 경험이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환각입니다.
주어지는 간접 정보를 통해 뇌가 만들어낸 추측이 바로 의식이니까요.
우리가 흔히 환각이라고 부르는 것은 통제되지 않은 지각을 뜻합니다.
반면 지각은 통제된 환각을 뜻합니다.
우리는 지금을 포함해서 매 순간 환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환각에 대해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동의를 하면 그걸 현실이라고 부르죠.

다음으로는 자아에 대한 의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아가 너무나 통합되어 있고 연속적이어서 잘하는 걸 의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아는 당연한게 아닙니다.
자아라는 경험에는 나의 몸으로서 지각되는 자아도 있고, 세계를 경험하는 주체로서의 자아도 있고, 의지나 욕망을 갖고 세상에 어떤 일을 일으키는 자아도 있고, 사회적으로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정의되는 자아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의학자들이나 신경과학자들은이 각 자아는 서로 상당히 달라서 따로따로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통합된 자아라는 경험은 뇌가 만들어낸 다소 불안정한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거죠.
자 그러면 뇌는 자아에 대한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낼까요?
오늘은 일단 몸으로서의 자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내 몸이라는 경험은 지각과 마찬가지로 뇌의 추측을 통해 생겨납니다.
무엇이 내 몸이고 무엇이 내 몸이 아닌지에 대해 뇌가 만들어낸 최선의 추측이 바로 내가 의식하는 나의 몸이죠.
이와 관련해 굉장히 재밌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칸막이로 자신의 진짜 손을 가린 후에 가짜 손을 앞에 놓고 진짜 손과 가짜 손에 둘 다 붓으로  자극을 주면 잠시 후에 사람들은 굉장히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그 가짜 손이 자신의 진짜 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죠.
여기서 핵심은 손으로부터 느껴지는 감각 정보와 가짜 손에 대한 시각 정보가 종합됐을 때 그 정보가 충분히 그럴듯하기 때문에 뇌는 가짜 손이 진짜 내 손이라고 추측을 해버리는 겁니다.
한마디로 나의 몸이라는 의식은 뇌가 만들어낸 최선의 추측에 불과하다는 거죠.
또한 내 몸 안으로부터 오는 지각 경험도 아주 중요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에게 VR 팔을 보여주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심장박동 리듬에 맞게 팔이 빨간색과 원래 색으로 깜빡이는 걸 보여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심장박동이 맞지 않게 그런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심장박동에 맞게 VR 색깔이 변화한 사람들이 그 팔을 실제 자신의 몸에 일부라고 더 많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즉 우리는 평소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몸 내부의 지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죠.

흔히 우리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기관들에 딱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심장이 어디 있는지, 간이 어디 있는지 별로 신경을 안 쓰죠.
뇌는 몸의 기관들을 하나의 사물로서 파악하는 것보다는 기관들이 문제없이 작동해서 내가 생존하도록 하는 데에 훨씬 더 관심이 많습니다.
뇌가 나의 몸 내부를 예측할 때는 외부세계 사물을 예측할 때와는 다르게 무엇이 존재하느냐를 가려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문제없이 기능하도록 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거죠.
즉 몸과 관련해 뇌의 예측 활동은 생존의 최적화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자 종합해 보자면 결국 외부 세계에 대한 것이든 나 자신에 대한 것이든 의식이란 뇌의 예측적 지각 활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뇌가 계속해서 추측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이유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그런 방식으로 생존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즉 뇌는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거죠.

여기에는 세 가지 결론이 따라 나옵니다.
첫째, 우리는 세계와 나 자신을 잘못 지각할 수 있습니다.
뇌의 예측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말이죠.
둘째, 나는 무엇이냐는 단순히 로봇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업로드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물학적인 동물이고 인간의 의식 경험은 생존하기 위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니까요.
컴퓨터를 똑똑하게 만든다고 해서 컴퓨터의 지각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셋째, 우리 각자의 내면 세계는 각각 한 종류의 의식일뿐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수많은 가능한 의식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각자의 자아와 세계는 각자에게 고유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초하고 있죠.
다른 생명체들도 모두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이상 그들에게도 의식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은이 신경과학자 세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스는 과학적 관점에 입각한 상당히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현대에 들어 우리가 점점 더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결국 의식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특히 뇌라는 기관이 활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니까요.
만약 의식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존의 최적화된 방식으로 이 세계와 자기 자신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만들어낸 결과라면 결국 그 생존과 관련해 샘물학적 원리를 풀어내면 의식에 관한 기초적인 진실이 설명될 겁니다. 
하지만 의식이 이런 방식으로 과학적으로 설명된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로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에 이르게 될까요?
과연 2000년 전의 인간보다 지금의 우리가 더 자신의 의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과연 100년쯤 후에 의식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얻게 되면 의식의 비밀이 풀렸다는 느낌을 받을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의식은 나 밖의 어떤 '것'으로부터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식은 나에게 주어지는 절대적인 현상입니다.
이 절대적인 것을 상대화해서 어떤 다른 원리를 통해서 매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의식의 본질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그런 연구를 계속 해야 합니다.
어떤 하나의 것을 통해 다른 것을 설명하는게 과하게 본질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연구는 아주 생산적인 지식을 많이 산출해냅니다.
하지만 의식만큼은 연구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모든 생각의 토양이 되는게 바로 의식이니까요.
연구를 통해 의식이 뭔지를 밝히려고 할 때 이미 의식은 그 연구를 가능하게 하면서 존재하고 있고 그 연구 자체가 의식의 일종입니다.
연구가 의식에 대해 무언가 하나를 밝혀낼 때 의식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또 다른 미스터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순환적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센스 같은 사람의 낙관적인 관점, 즉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의식을 둘러싼 신비를 벗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에 반대합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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