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뇌과학자의 깨달음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깨달음

하버드뇌과학자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지내던 한 뇌과학자는 여름 때와 다름 없이 출근을 하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져 비틀거리다가 욕실 벽을 손으로 짚습니다.
그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을 느끼는데요.
바로 어디부터가 자신의 손이고 어디까지가 욕실 벽인지 구분이 안 되는 거였죠.
그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까 이번엔 자기가 누군지 내 이름이 뭔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례로 시끄러웠던 그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고요하고 조용해집니다.
나와 세상을 구분하기 물리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냥 엄청난 우주의 에너지 자체만을 느낍니다.
모든 것과 하나가 된 거 같은 기분을 그녀는 이런 느낌을 마치 요술 램프에서 빠져나온 지니가 된 거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사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던 일은 좌뇌에 생기기 시작한 출혈 때문이었는데요.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고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뇌량이라는 얇은 부위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과거에는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했는데요.
좌뇌와 우뇌가 서로 소통할 수 없게 되자 생기는 현상을 분리뇌 현상이라고 합니다.
분리뇌 현상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왼손은 단추를 채우는 반면에 오른손은 단추를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른손은 쇼핑 카체 물건을 집어 넣었는데 왼손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기도 하고요.
왼손은 담배를 물었는데 오른손이 뺏어서 쓰레기통에 넣기도 합니다.

좌뇌와 우뇌는 보통 협력해서 일하는데 서로 더 특화된 영역도 있어요.
좌뇌는 주로 언어, 숫자, 논리, 분석 등을 담당하고 우뇌는 상상력, 표현력, 감정, 통찰 등을 담당합니다.
우뇌가 큰 숲을 통째로 본다면 좌뇌는 숲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분석하는 편이죠.
좌뇌가 담당하고 있는 언어 기능과 분석력 덕분에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내 머리가 재잘거리는 걸 들을 수 있죠.
이따 뭐 먹을까, 그 사람한테 연락할까 말까 ,내 아까 뭐 내가 실수한 걸까.

이런 속말(self-talk)을 37세의 뇌 과학자였던 질 볼트 테일러의 경우에도 바로 이 좌뇌에 출혈이 생기면서 언어 기능의 문제가 생기고 이런 재잘거림이 사라지면서 고요함을 느끼게 된 겁니다.
좌뇌에는 우리 몸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 영역이 존재하는데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신체 경계감도 사라진 겁니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내가 어디 어디까지인지, 어디까지가 내 신체인지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죠.
공간도, 시간도, 나도 없어져 버리면서 초월적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테일러는 이런 경험을 두고 "나의 정신적 에너지가 행복이 넘치는 침묵의 바다를 거대한 고래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 이렇게 표현합니다.

좌우의 분석적 판단이 희미해지면서 한때 중요해 보였던 세상사가 보자 것 없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자질구래한 걱정이 멈추고 평온과 안락, 축복과 행복, 충만의 감정이 테일러를 휘감습니다.
 
"나는 질볼트 테일러, 신경 해부학자, 이 주소에서 살고 내 핸드폰 번호는 이거야." 이렇게 항상 말하던 좌뇌가 침묵하자 그녀는 꼭 테일러로 살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해요.
그렇게 거대한 에너지 장 속에서 그녀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때 좌뇌가 잠시 깨어나 소리를 지릅니다.
'지금 너 죽어 가고 있어! 얼른 도움을 청해야 돼!'
테일러는 119 번호를 기억하려고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서랍에서 명함 지갑을 찾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좌뇌가 담당하는 숫자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그녀의 눈에는 그냥 검은 점들이 흰 바탕에 무작위로 수 놓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명함에 있는 검은 점들로 이루어진 그림과 똑같이 생긴 그림을 수화기에서 찾아내서 누릅니다.
하지만 좌뇌가 깜빡거리고 있는 터라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이 번호를 내가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움직여서 이미 누른 번호에 가져다 놓습니다.
오른팔이 마비된 이유는 좌뇌는 우리 몸의 오른쪽 부분을 담당하고 우뇌는 우리 몸의 왼쪽 부분을 교차로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 주었는데 테일러는 뇌졸중 이후로도 8년 동안 뇌의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습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제 갓태어난 아기처럼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를 다시 배우고, 몸을 일으키고 눕히고, 손가락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더하기와 빼기를 배우고,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는 법도 배웠고요.
테일러에 따르면 그녀의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존재는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더 나쁠 수도 있었어.", "어제는 여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구나."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다고 해요.

그녀는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내 읽는 일도 좋아했는데요.
6주 동안 격려의 카드를 5장에서 15장 정도 받았는데 그녀는 무슨 내용인지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카드를 만지면서 편지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기운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뇌의 신경 세포들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기반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뇌 가소성이도 하죠.
바로 이 가소성 덕분에 뇌의 한 부분이 고장나도 다른 부분이 그 일을 대신 맡아 주기도 하고요.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쓰지 않는 능력은 퇴화 되기도 합니다.
언어, 숫자, 논리 이렇게 테일러의 망가졌던 좌뇌가 점차 회복될 수 있었던 것도 가소성 덕분입니다.

테일러는 뇌가 꼬마들이 여럿 뛰노는 놀이터라고 표현합니다.
놀이터를 보면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고 정글짐에 원숭이처럼 매달리는 아이들도 있죠.
정글짐을 없앤다고 해서 거기서 놀던 아이들이 그냥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또 다른 놀이를 하겠죠.

뉴런(신경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뉴런의 기능을 지우면이 세포들은 자극이 없어서 죽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할 일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각 장애인 다니엘 키쉬씨는 태어날 때부터 눈을 볼 수 없었지만 박쥐처럼 사물에 부딪혀 반사에 음파를 감지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한 결과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서 물질에 반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반사되는 소리를 듣고 그 물체가 어던 물체인지,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키쉬씨가 어릴 때부터 청각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연습을함으로써 태어날 때부터 할 일이 없었던 시각 피질의 세포들이 청각을 담당하게 된 셈입니다.

강아지들에게 후각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시각이 가장 중요하기에 인간의 시각 피질은 다른 감각 피질 그보다 더 거대합니다.
이렇게 큰 영역이 음파를 감지하는 청각 피질의 역할을 같이 해 주니까 키쉬씨가 보여주는 초능력과 같은 일들이 가능한 셈입니다.

테일러는 자신의 좌뇌를 진지한 친구라고 표현합니다.
세세한 면에 집착하고 삶을 꽉 짜여진 계획표에 따라 운영한다고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경계를 짓고, 옳은 것과 그른 것, 나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한다고요.
반면 우뇌는 넉넉한 성품의 소유자 입니다.
현재 순간의 풍요로움에 집중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우뇌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판단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키가 더 크거나 돈이 더 많다는 걸 알아볼 수 있지만 이걸 바탕으로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인류라는 가족의 평등한 론으로 여기고 국적과 인종, 종교 같은 인간들이 많은 경계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세상을 우뇌만으로 살아갈 순 없습니다.
좌뇌는 우리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좌뇌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재잘거림을 통해서 우리를 삶에서 뒤쳐지지 않게 해주죠.
좌뇌의 언어중추가 '나는 누구누구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을 느끼도록 해주고요.
좌뇌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역시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너무 지나친 걱정과 불안 스스로에 대한 과한 비판과 잔소리도 하게 되죠.

테일러는 어떤 판단도, 걱정도, 인식적 고통도 없는 상태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고통을 안겨 주는 생각을 굳이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고통스러운 생각을 했더라도 나도 모르게 그 회로에 접속했다는 걸 '알아차리기만 하면' 괜찮아진다고 말합니다.
마음 챙김 명상법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정적 사고의 순환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첫 번째 단계는 이런 회로에 엮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관찰하고,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 생각을 잠시 멈춥니다.
우리에겐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있어요.
뇌가 우리에게 말하는 걸 그냥 관찰만 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일입니다.

테일러는 좌뇌의 부정적 사고회로 딸려가 버리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저 관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능숙해지고 나면 이야기꾼이 만들어내는 각종 근심과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테일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쓴다고 해요.
그녀는 좌뇌의 제잘 거림을 엄격한 스케줄로 관리하는데요.
이야기꾼(좌뇌)에게 오전 9시부터 9시 반, 그리고 오후 9시부터 9시 반까지는 마음대로 푸념에도 좋다고 허락하고 그 시간 외에는 근심, 걱정, 좌절, 원망, 회한 같은 내부의 적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차피 너무 많은 생각을 할 거라면 시간을 정해두고 딱 그 시간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하는게 아니라 이왕이면 손을 이용해서 적으면서 생각을 따라가는게 너무 많은 생각으로 야기되는 괴로움을 줄이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테일러는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해 줍니다.
왼쪽 뇌는 우리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포유류라고 항상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지만 오른쪽 뇌는 우리가 우주와 한몸임을, 내 존재 중심의 영원한 삶, 영원한 시간의 바다가 있다는 걸 한다면 두려워할게 전혀 없다고 말해 줍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세포들도 죽고 3차원 세상을 인간의 방식으로 지각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지겠지만 더 큰 차원에서 보면 끝이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서 흡수되는 것일뿐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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